컬러강판이라고 하면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텐데요.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같은 가전제품의 외관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런 제품들의 전면(前面)이나 측면을 감싸고 있는 외판이 저희의 주력 생산제품들입니다. 가전제품 외에도 사용되는 곳은 많습니다. 건축이나 선박, 기타 산업기기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거든요. 특히 이곳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는 전국에서 가장 큰 조선기자재산업 집적지이기도 하잖아요. 저희가 생산하는 선박용 벽체와 천장 패널, 조립식 객실 등은 지난 2012년 우리 정부가 인정한 ‘세계일류상품(산업통상자원부)’으로 선정된 적도 있어요. 그만큼 기술력 하나는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PCM(pre-coated metal)은 강판에 도료를 도장하여 건조시킨 제품을 일컬으며, VCM(vinyl-coated metal)은 강판에 접착제를 도포한 후에 특수필름을 압착시켜 sheet화한 제품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제품 표면에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적용할 수 있죠. 기본단가가 높아서 고가의 가전제품군 및 건설, 조선용 기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 고향이 평택이라 아산공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1997년 4월 28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때는 비엔스틸라(주)가 아니라 ‘성주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었죠. 제가 입사했을 당시엔 주로 PCM 제품이 생산됐습니다. 가전이나 건재·조선용 판넬 등을 생산했죠. LG전자, 대우전자, SANYO, TECO 등의 기업이 주거래처였습니다. 그때는 저도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컬러강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2005년 녹산공장에 PCM 라인을 증설하게 됐고 지금까지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9년에 아산공장에서 녹산공장으로 발령받았는데, 당시 대호황이라 공장이 쉴 새 없이 가동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요, 녹산공장에 PCM 라인을 증설한 것도 운영상 효율을 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거래처 중 한 곳이 LG전자였는데, 제품이 생산되면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 공장으로 납품을 해야 했습니다. 아산에서는 거리가 제법 되잖아요. 자재 원가도, 물류비도 상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했습니다. 녹산공장의 PCM 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었고요. 초기에는 해외로 수출되는 냉장고 철판 일부만 생산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안정화되면서 지금은 아예 세탁기나 냉장고와 관련된 자재 일체를 녹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산신항과 맞닿아있잖아요. 그것만으로 엄청난 이점이 되죠. 공장에서 선적 시간에 맞춰서 바로 제품을 싣고 가면 되니까요. 보통은 제품을 컨테이너 선적장소에 미리 옮겨두거든요.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이라면 이 단계는 건너뛸 수 있으니까 물류비도 절감하고, 생산시간도 벌 수 있어요. 특히 수출이 많은 기업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어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VCM 라인을 스마트팩토리화하는 작업을 시작했고요. 노후한 제어장비에 자동화제어장비(PLC)*를 적용해서 기능을 개선하고 제조공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주 목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데 가동률이 매년 약 5%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15% 가량 더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국비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많이 투자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장 기계를 자동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제어장치로, 각 센서가 보낸 신호를 받아 미리 정해둔 로봇에 신호를 보내고 이를 작동하게 한다.
현장 근로자들에게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니까요. 자체적으로 현장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안전환경팀’도 꾸리고 있습니다만,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한다면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을 짚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현장 안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는데, 전문가들과 함께 하면서 직관적으로, 쉽게 접근해야 함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공장 바닥에 색상별 페인트를 사용해 공간을 구분 짓는 것만으로 근로자들은 한 번 더 안전을 챙기더군요. 센서 장치를 이용해서 근로자들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안전을 챙겨볼 수 있을지 무척 기대 중입니다.
제가 입사하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생산관리자가 근로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상당 부분 달라졌습니다. 그때는 소통이 일방적이었어요. 윗사람이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분위기였죠. 소통 자체가 많지도 않았고요. 지금은 달라요. 소통을 잘하는 게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 됐습니다. 현장 근로자들의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제각각인데요, 이런 상황일수록 근로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회사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회사 비전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직원들과 관련돼 있어요. 인재를 육성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 임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입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자신감 있게 업무에 임해 주었으면 합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사업이 1차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PCM 라인 일부에 적용되어 있는데요, 그간의 생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불량률은 감소하고 생산가동률은 오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평소보다 생산목표를 더 높일 계획이고요. 물론 이게 끝은 아닙니다. 완전한 상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서 기존보다 더 성과를 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우리회사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 근무 시작 전 지게차, 크레인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매시간 관리감독자들이 현장을 순회하며 위험요소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포상제도를 통해 현장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요소를 찾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대표님께서 항상 “우리회사에서는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덕분에 모든 임직원들이 늘 안전을 염두에 두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엔스틸라는 제가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곳입니다. 현장에서 처음 공장장님, 팀장님을 뵈었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에 선뜻 말을 걸기 어려웠는데, 막상 함께 생활해보니 직원들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힘내서 일하게 됩니다. 한번은 공장장님이 “신입이 실수를 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실수를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명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이 말씀 되새기며 생산관리자로서 능력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