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재 대표는 ‘올바른 보상’을 강조한다. 4년 동안 보험사에서 근무한 그는 부상의 심각성이 아니라 보험 관련 지식과 감정적 대응에 따라 보험금이 차별 지급되는 관행을 보고 회의를 느꼈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는 기대 이하의 보상으로 이어지고, 특히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정보 소외계층은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이 (주)사고링크이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소모적인 감정싸움 없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보상을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송 대표는 교통사고 전문 손해사정사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첫발을 뗐다. 하지만 곧 한계가 나타났다. 큰 부상이 아닌 경상 피해자는 큰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손해사정사가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교통사고 피해자의 100명 중 95명은 경상 피해자이고, 피해 규모가 애매하기에 합의금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게 (주)사고링크의 존재 이유이기에 송필재 대표는 지난해 9월, AI와 결합한 한층 발전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고 발생일시, 사고 내용, 피해 내용 등을 작성해 접수하면 AI 기반으로 내용을 검토해 24시간 안에 합의시점과 기간, 합의금액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여기까지는 무료 서비스이고요. 이후 (주)사고링크에 손해사정을 위임하면 담당 손해사정사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3만 명이 이용한 (주)사고링크는 교통사고 피해자뿐 아니라 보험사도 반기는 서비스이다. 상대와 신경전 없이, 과잉진료의 부작용을 막으며 절차대로 빠르게 손해사정을 진행할 수 있기에 피해자, 보험사, 손해사정사 모두가 윈-윈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의 AI 결합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이디어는 뚜렷했지만 스타트업 창업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 문제가 역시나 발목을 잡았다.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에 결정적인 역량과 책임감을 모두 갖춘 개발 인력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개발을 외주화하니 소통이 바로 되지 않고, 일정이 늦어지는 일이 반복되더라고요.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내부에서 개발과 디자인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계속해서 고도화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보 창업가가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단계별 성장 로드맵을 설계하는 데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 KICXUP) 종합지원 플랫폼 사업’도 큰 도움이 되었다. KICXUP은 대·중견 입주기업이 창업기업(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필요한 수요기술 및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나아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공유하는 등 동반성장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KICXUP이 마련한 네트워킹 기회 자체가 소중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교류하며 사업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거든요.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겠구나’하는 기준도 더욱 선명해졌고요. 특히 일본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석하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술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거든요.”
(주)사고링크는 올해 1월부터 공유 오피스를 벗어나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내 현대시티아울렛에 문을 연 ‘킥스업(KICXUP) 서울’에 입주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창업기업 간의 협업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깔끔한 사무실과 넓은 미팅룸, 쾌적한 휴게공간이 두루 갖춰져 있다. 송필재 대표는 한 마디로 ‘일할 맛 나는 공간’이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외부 인력과 미팅을 할 때도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하는 기분, 신뢰감이 더욱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고링크는 공간을 넘어서는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게 마케팅은 비용이나 인력 면에서 어려운 숙제. 이에 송필재 대표는 직접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사고링크’ 채널을 개설해 ‘합의금 빨리 받는 꿀팁’ ‘절대 언급하면 안 되는 말 Top3’와 같이 피해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나 꼭 알아야 할 정보 등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아직 구독자는 1만 명 수준이지만 교통사고 알고리즘을 타고 꾸준히 조회 수 상승을 이끄는 중이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수준이에요.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발생하는데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다행히 이용자 대부분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AI 손해사정 시스템을 다듬으며 도약해 나가야죠.”
피해자가 올린 진단서를 AI가 분석하는 기술, 사진의 위치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 등을 통해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사고링크. 송필재 대표는 손해사정 데이터와 AI 기술의 만남이 또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앞으로 교통사고를 넘어 일반상해와 질병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기반이 잘 닦이면 보험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고요. 꿈은 크게 가져야죠.”
단단한 포부를 밝히는 송필재 대표. 보험시장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기 이끈다는 사명이 있기에 열정 가득한 창업가는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