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생태여행지 ‘을숙도’의 역사는 낙동강에서 발원했다. 낙동강을 따라 흘러온 물줄기가 남해와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지형이 지금의 을숙도인 것이다. 지리학적으로는 삼각주(강 하구에 형성되는 퇴적지형)로 분류되는데, 철마다 풍부한 먹잇감을 찾아 몰려드는 철새들 덕에 한때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여름이면 쇠백로와 꼬마물떼새가 날아들고 겨울이면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찾아와 계절을 나는 풍경. 도심에서, 하물며 산업단지 인근에서 이 같은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더없이 특별한 경험이 된다.
을숙도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개 첫 코스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를 찾는다. 을숙도의 역사와 식생에 대한 정보는 물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있어 이곳 자연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생태체험여행에 참가하면 곤충채집, 야생동물 진료체험, 습지 탐사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므로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둘 것을 추천한다.
센터 밖을 나서면 광활한 생태정원이 펼쳐진다. 약 70만 평 규모에 달하는 녹음 그리고 낙동강의 푸른 물결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가를 시원하게 해준다. 곳곳에 자리한 탐조대를 찾아 철새들의 하루를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무료 운행되는 전동카트에 탑승하면 을숙도 깊숙한 곳까지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으므로 어린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참고하자.
화창한 날씨에 맞춰 이색 야외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눈앞에서 경주용 말들이 날쌔게 달리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렛츠런파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지난 2005년 개장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공원으로, 전문적인 경주마 생산과 경마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부산과 경남 일대에 걸쳐있어 주말이면 양측에서 방문하는 이들로 이른 시간부터 북적인다. 주차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방문객이 많은 곳이므로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렛츠런파크에 입장했다면 먼저 ‘렛츠런투어’를 신청해보자. 렛츠런투어는 투어버스를 타고 말이 생활하고 이용하는 공간들을 직접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말 동물병원·수영장 방문을 포함해 말에게 당근을 주며 만져보는 체험 등까지 할 수 있어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투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계절 썰매체험이 가능한 슬레드힐과 자연생태체험장(빅토빌리지), 승마체험 등 다채로운 놀이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역동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광장 곳곳에서 플리마켓, 버스킹공연 등의 행사가 상시적으로 열리므로 볼거리, 즐길거리는 차고도 넘친다. 경마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어 호루라기, 공, 킥보드 등의 물품반입과 반려동물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참고하자.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가덕대교를 타고 지나면 차분한 분위기의 섬 하나가 존재를 드러낸다.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꽤 오랜 시간 부산사람들에게도 낯설었던 그 이름, 가덕도(加德島)다. 가덕도는 부산과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의 중심이자, 부산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만큼 교통요충지로서 그 가치는 익히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지리상의 이점은 한때 가덕도를 위기에 빠뜨린 주범이기도 했다. 1904년 러일전쟁 발발 당시 일본군의 눈에 띄어 새 군사기지로 낙점된 것이었다. 일본과 가까우면서도 대한해협 길목에 위치해있고, 러시아군에게 발각되지 않을 요새 같은 지형을 가졌으니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외양포 마을에는 당시 일본군이 원주민들을 내몰고 만든 병영과 포진지(砲陣地), 작전상황실, 탄약고 등의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인근의 대항항 해안절벽에도 비슷한 역사가 남아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파놓은 인공동굴이다. 멀리 강원도 탄광에서 끌려온 조선인 징용자들은 땅굴을 파고 암석을 나르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평화로운 얼굴 이면에 숨겨진 가덕도의 깊숙한 이야기는 현장에서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 더 상세하게 들을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의 슬픔을 뒤로하고 초여름 외양포 마을 인근은 만개한 수국으로 화사하게 물든다. 분홍과 파랑으로 만개한 수국을 배경 삼아 가족 또는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으며 서부산 여행의 마지막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부산현대미술관은 자연과 인간, 뉴미디어를 주요 의제로 상정해 다양한 동시대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지난 2018년 개관 당시, 을숙도라는 위치적 특수성을 반영하여 미술관 외관을 수직정원 형태의 작품 그 자체로 선보여 유명세를 탔다. 비엔날레 기간에는 전용관으로 운영된다.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작은 사찰로 바로 앞으로 낙동강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선 작은 집들의 모습이 펼쳐져 사찰의 색다른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능소화, 접시꽃, 양귀비 등 계절마다 형형색색 피어나는 꽃들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다. 국보로 지정된 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이 보존되어 있다.